2009년 4월 30일. 1년 전 퇴임한 대통령이 검찰청 앞에 섰다. 이미 정치를 떠난 사람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를 모욕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그는 「노무현」 이었기에, 개미지옥 같은 그 곳에 자진하여 들어갔을 것이다.
왜 내가 복무한 대구 전경대가 검찰청 뒷마당까지 들어가야 했는지는 지금도 나는 모른다. 그가 타고온 버스에서 내렸을 때, 나는 무전기를 통해 “VIP가 도착했다”는 전언만 들었을 뿐이다.
2009년 5월 23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내가 그 모욕의 현장의 지척까지 가는 일이 없었다면, 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빚을 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책임은 요만큼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무현: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2002년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이 유시민과 나눈 대화 중
유시민: 아, 오지요. 100% 오지요. 그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
노무현: 아,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것 같아요.
유시민: 그럴 수는 있죠. 후보님은 첫 물결이세요.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는 데 그 첫 파도에 올라타신 분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근데 이 첫파도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이 첫 파도가 못 가고, 그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 파도가 와서 계속 파도들이 밀려와서, 여러차례 밀려와서 거기 갈 수는 있겠죠.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새로운 시대 정신과 새로운 변화, 새로운 문화를 체현하고 있으시기 때문에 첫 파도 머리와 같은 분이세요 후보님은. 근데 가시고 싶은데까지 못 가실 수도 있죠. 근데 언젠가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갈 거에요. 근데 그렇게 되기만 하면야 뭐 후보님이 거기 계시든 안 계시든 뭐 상관있나요.
노무현: 하긴 그래요. 그런 세상이 되기만 하면 되지, 내가 꼭 거기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전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살해해버린 후임 대통령이 온나라를 유린하던 때도, 독재자의 딸이 생때같은 300여명의 아이들을 외면해버렸을 때에도 나는 그가 꿈꾸던 “노무현의 시대”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우리가 그를 지켜냈다 하더라도 이뤄낼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했다.
2020년 4월 15일.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노무현」이라는 첫 파도 이후의 다음 파도라고 생각했다. 비로소 나는 묘역이 조성된지 10년이 지난 오늘에야 봉하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