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Paradiso

누구나 자신의 ‘인생영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극장 직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매니저 입사 면접에 한 번쯤은 나오는 식상한 질문이니까. 극장 직원에겐 있다면 좋은 것이고 없어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영화’일 것이다.

나의 인생영화는 아니지만, 그럴듯한 썰 풀이용 영화는 있어야 했기에 고른 영화가 <시네마 천국> 이었다. 이 영화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특히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와 천방지축 꼬마 토토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에 극장 직원이 되려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단골 메뉴다. (즉, 면접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선택이었다는 말.)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꼽은 이유는 알프레도와 토토가 함께한 그 낭만의 시대가 주는 감동 때문이 아니다. 알프레도의 필름 영사기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왔음에도 극장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부자는 못될지언정 밥벌이가 끊길일은 없겠지.)

나는 적어도 이번 세기가 지나는 동안은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혹자는 겨우 VR같은 얄팍한 경험이, 넷플릭스 같은 편리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극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틀린것이다.

그런 우려들은 마치 라디오 시대를 끝내버릴거라던 TV보급 초창기를 보는 듯 하다. 라디오는 영상이라는 매체에 밀려 곧 사라질 것 같았지만 결국 대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라디오는 디지털의 흐름을 따라 인터넷 개인방송, 팟캐스트 등의 여러 개인 미디어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현실이 <써로게이트>나, <아바타> 같은 영화의 세계관 같이 진화 하더라도 극장이라는 플랫폼은 존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극장의 가치는 영화가 나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만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은 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이 더 있는 것이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던 현대인들과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를 보던 로마인들이 느낀 감정은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 모든 믿음을 송두리째 박살내버린 것이 있었으니.

21세기에 수만명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역병이 돌줄이야 그 누구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사회’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그 시스템 안에 있을 때 되려 위험해지는 아이러니.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하는 극장에 사람이 모일 이유가 있는가? 사람이 모일 수 없는 극장에 존재 가치란 있는가? 아니, 그런 심오한 질문 이전에 내 회사가 이 유행이 끝난 후에도 존재할 수 있는가?

지금은 그저 얼버무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다. 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나는 ‘극장’이 존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내가 극장 직원이 아니라면 존속된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뿐만 아니라 경쟁사, 전세계 영화산업(그래봐야 미국정도?) 전체가 큰 위기를 넘기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낼 사람들 틈에 내가 있을지, 아니면 멀리서 지켜보는 구경꾼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모쪼록 이 역병이 어서 퇴치되길. 내 삶이 다시 순탄해지길.